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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며
디지털화폐는 인류에게 불인가, 신기루인가?

집단적 트라우마로 편견의 색안경을 쓰게 된 대한민국

한국에서는 지난 2017년 디지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다. 무려 300여 만 명의 국민들이 디지털화폐에 투자했다. 카페나 사무실, 심지어 지하철에서까지 20대 젊은이들부터 60대 시니어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 투자를 이야기했다. 당시 한국의 비트코인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50% 가량 비쌌다. 이를 일컬어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라 부르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이같은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 신속히 규제를 단행했다. 거래소들은 신규 회원에게 법정화폐 수신 계좌를 내줄 수 없게 되었고, 신규 코인 발행(ICO)은 사실상 금지되었다. 디지털화폐와 관련된 스타트업에는 모태 펀드가 출자한 많은 VC 펀드에서의 투자가 제한되었고, 정부가 보증하는 은행 대출은 전면 금지되었다. 개인들의 투기는 잦아 들었지만, 역효과로 한국의 디지털화폐 관련 스타트업은 대부분 고사하고 극소수의 거래소만 살아남았다.
2016-2017년의 긴 상승에 이어 2018-2019년은 긴 하락장이 이어졌다. 그 사이 많은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보았고, 디지털화폐 시장을 떠났다. 이같은 경험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한국에서 재앙에 가까웠다. 너무나 많은 개인들이 디지털화폐에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국민 들이 외국에서 온 새로운 디지털화폐에 묻지마 투자를 하였고, 그로 인해 2017년부터 3년여 간 한국은 외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국가가 되었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 개인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이 경험은 한국에 디지털화폐에 대한 집단적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모두가 광기를 안고 들어갔지만 실제 돈을 번 사람은 별로 없었다. 디지털화폐에 대한 정부의 자세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펴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줄곧 부정적이었고, 직접 손실을 입었거나 손실을 입은 사람을 주위에서 흔히 접하게 된 대중들은 디지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고, 디지털화폐는 억제하는 정책을 펴게 된다. 사실 블록체인은 2009년 비트코인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작성한 논문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었다. 물론 과거 오랜 세월 암호학과 컴퓨터과학이 쌓아 온 여러 개념을 통합하고 연결한 결과물이었지만, 논문이 제시한 분산형 원장(Ledger)의 개념을 훗날 사람들이 ‘블록을 체인처럼 이어 붙인다’는 뜻에서 ‘블록체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요컨대 애초부터 디지털화폐가 목적이고, 블록체인은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주객이 전도되어 한국에서는 ‘디지털화폐가 필요없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육성하자’라던지, ‘블록체인의 킬러 앱을 찾아보자’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팥 없이 단팥빵 만드는 기술을 적극 육성하자’거나 ‘단팥빵을 간식으로 쓰지 말고 앞으로 그림 그리기나 던지기 놀이 등 다른 용도로 잘 쓸 곳이 있는지 찾아보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듣자마자 ‘굳이?’가 떠오르는 제안들이다.

그래도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팥 없이 단팥빵 만드는 기술을 육성하고, 단팥빵을 다른 용도로 써보기 위해 노력한지 3년. 그 사이 많은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이 등장했다. 이 중 극소수는 약간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대다수는 ‘우리도 블록체인 썼어요’ 하는 마케팅적 의미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블록체인을 꼭 쓸 필요는 없던 것들이다. 그냥 부메랑을 던지면 되지 굳이 단팥빵으로 부메랑 연습을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화폐 이야기를 하면 죄악시되고 팥 없이 단팥빵 만드는 법을 이야기를 해야 육성의 대상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본 자료는 블록 체인이 탄생한 태초의 이유이자 목적, 즉 디지털화폐 그 자체의 기회와 가능성, 문제와 해결책에 집중하고자 했다.
물론 블록체인이 인터넷이나 불, 또는 핵분열 같은 기반 기술의 개발이나 발견이라 한다면, 이를 다양한 곳에 응용해 보려는 현재의 시도는 초기 실험으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100개의 도전 속에 한 두 개는 단팥빵을 우리가 아직 모르는 용도로 기가 막히게 쓸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4,292억달러(489조원)의 시가총액을 형성한 디지털화폐를 굳이 무시하거나, 3년 전 우연한 계기로 전국민이 끼게 된 색 안경에 눈이 멀어 이미 나와 있는 블록체인의 킬러 앱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될 것이다.
2020년 11월 5일 5PM UTC, Coinmarketcap 기준
우리는 ‘다른 것으로 대체 불가능한, 오로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만이 인류에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를 본 자료의 주제이자 사업의 목적으로 삼았다. 그런 시선으로 보니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산적 성격의 디지털화폐보다 화폐적 성격의 디지털화폐에 오히려 더 고유한 순기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이른바 ‘증권형 토큰 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으로 알려진, 자산 유동화 관점에서 디지털화폐를 이용하는 실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같은 자산 유동화 사업이 블록체인이나 디지털화폐 없이도 전통적인 IT 인프라를 이용해 얼마든지 동일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자산 유동화가 어려웠던 까닭은 사실 기술이 아닌 온전히 규제의 문제였다.
블록체인이나 토큰의 등장 덕에 그동안 유동화가 불가능하던 전세계 자산이 마침내 유동화되고, 유통이 어렵던 자산의 유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규제 당국과 자산 소유주들의 의지의 영역이었지, 블록체인과 디지털화폐가 자산 유동화의 시대를 열 만능 열쇠라는 시각은 기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환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기초자산이 없어 믿을 수 없다는 논리(대체로 금융권 종사자들이 비트코인을 폄하할 때 등장한다) 때문인지, 디지털화폐 시장은 점차 기초자산이 있는 디지털화폐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미국 달러, 금, 석유는 물론 부동산, 음악 저작권, 미술품 분할소유권 등 다양한 자산을 담보하고 있는 디지털화폐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이들 기초자산은 굳이 디지털화폐 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분할 소유되거나 유통될 수 있던 것들이다.
다만 그동안 그럴 의지나 필요가 없었던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초자산이 없는 법정화폐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하지는 않는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법정화폐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고, 우리가 의식이 있을 때부터 있었고, 우리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있을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화폐에 기초자산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왜 발끈할까? 원래부터 있던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의식에서는 기초자산이 없는 비트코인이 하나에 1,700만원 이나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달러에 기초자산이 없는 데에 특별히 불만을 가지는 얼마나 될까? 불과 5개월만에 45% 이상의 발행량을 늘리는 것을 보고도 달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디지털화폐로만 풀 수 있는 인류의 문제를 찾아 떠난 여정

처음 개발자가 제시한 비트코인의 정의는 ‘P2P 전자 화폐 시스템(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었다. 애초의 설계 목표는 자산이 아닌 화폐인 것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놓고 기초자산이 없어 못 믿겠다 하는 말은 마치 달러나 유로, 엔화를 놓고 ‘여기에는 애플이나 테슬라 주식이 담보되어 있지 않아 믿을 수 없어’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애초에 상대 가치 외에는 아무 의미 없도록 설계된 것을 놓고,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니 너는 가짜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비트코인과 디지털화폐는 처음부터 자산이 아닌 화폐로 설계되었다. 다만 지난 10여년 간 법정화폐와의 상대 가치가 꾸준히 상승해온 것 뿐이다. 과거에 가격이 급등해왔다 하여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으며(물론 앞으로도 이렇듯 계속 달러를 찍으면 상대 가치는 계속 오르리라 예상되지만), 지금껏 결제에 쓰지 못했다고 하여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우리는 이 마스터플랜을 통해 디지털화폐가 (전통 금융권과 규제 당국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어설픈 자산 흉내가 아니라, 태초의 존재 목적 인 통화로 기능할 때 진정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인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추후 자산적 성격으로 디지털화폐를 써야 하는 대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는 보고서가 나와 우리에게 새로운 배움을 주기를 기대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미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어, 기술 표준화의 이점이 있다는 부분 외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 자료는 단순한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3년이란 긴 시간동안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만 다루며 세계 시장에서 어떤 문제와 기회를 찾았는지 설명하고, 이걸 어떻게 하나씩 해결해 가겠다고 소개하는 방대한 사업계획서다.
우리가 발견한 문제 전체를 원하는대로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볼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 보려고 한다. 가장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만이 비슷한 규모의 꿈을 꾸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으며, 그런 사람들이 모이면 불가능했던 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여주기식으로 단지 마케팅을 위해 블록체인을 쓰거나, 자기 만족을 위해서 하거나, 위에서나 남들이 하라고 해서,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남극에 가장 먼저 도착해 빙하를 뚫어야 하는 탐험대의 마음으로 갑자기 10 여 년 전에 인류의 손에 쥐어진 디지털화폐라는, 아직 인류가 어떻게 쓰는건지 잘 모르는 미지의 도구를 가지고 세상의 진일보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해낸다면 세상과 인류에 기여할 것이고, 못해내도 분명 투기를 넘어 디지털화폐 사용법에 대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불은 음식을 짓고 따뜻하게 집을 데워 가족을 보호하는 데에 쓸 수도 있지만, 남의 집에 불을 지르거나 산불을 내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불은 죄가 없고, 나쁘게 쓰는 사람에게 죄가 있다.
디지털화폐도 마찬가지다. 잘 쓰면 인류에 기여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일부 사기꾼들의 나쁜 행태나 3년 전의 투기로 한국인만 쓰게 된 색안경 때문에 순기능을 보지 못한다면, 불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한 원시인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제대로 알고 부정하는 것과 어설프게 알고 부정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디지털화폐를 어설프게 알면서, 한 두 번 간접적으로 겪어보고 즉각 편견의 색안경을 착용한 디지털금융 원시인이 곧 나 자신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블록체인과 디지털화폐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100% 거짓말쟁이다. 하지만 무엇 하나 인류에 기여할 것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100% 무지한 헛똑똑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블록체인을 쓰는 것은 선이 되고, 디지털화폐를 한다고 하면 무조건 악이 되는 2020년 편견의 대한민국에서, 보다 많은 스타트업과 금융인과 개발자와 젊은 청년들이 부디 용기를 내어 진실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색안경을 벗고 정확한 사실관계와 경제사, 그리고 기술에 입각한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금융 시스템을 개발하는 도전에 독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함께 했으면 한다. 큰 변화는 큰 저항으로부터 출발한다. 필자가 스타트업계의 최전선에서 만 20년을 일하며, 이토록 저항이 심한 산업은 이때껏 겪어보지 못했다. 인류가 수천년 간 사용해 온 돈의 모습이 바뀌는 디지털화폐의 시대, 누가 이 거대한 흐름을 주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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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트라우마로 편견의 색안경을 쓰게 된 대한민국
그래도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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